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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BY회원소식|신간] 여우 요괴 | 정진호 지음 | 킨더랜드

작성자 KBBY사무국
작성일 2023-02-10 13:11 | 조회 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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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요괴

정진호 지음

킨더랜드


 

내가 먹을 마지막 간은 바로 네 간이로다

옛날 옛적 하늘에서 정기 받고, 땅의 기운 담아 천하무적 도력을 닦은 존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여우 요괴이렷다. 여우 요괴 간 1,000개 먹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나, 이놈 간 저놈 간 다 빼 먹고 살았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사람 간만 못 먹어 봤구나! 산해진미 사람 간 찾아, 간 크다고 소문난 김 생원 찾아갔네.

간이 크다 크다 하더니 김 생원, 여우 요괴 찾아와도 눈 깜짝 안 하는구나. 김 생원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에 하루 이틀 더 살려 두었더니, 이제는 천하의 여우 요괴도 얼이 빠질 말을 하네.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이 주 되고, 한 해, 다섯 해, 쉰 해를 그렇게 살다 마침내 그날, 여우 요괴 소원 성취할 날 다가왔네.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 틈에서 펼쳐지는 핏빛 사랑 이야기

일상에 숨은 이야기를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정진호 작가가 이번에는 등골이 오싹한 구미호 전설로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가 눈물이 뚝 떨어지는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건, 김 생원만큼이나 대담한 정진호 작가의 스토리텔링과 표현 덕분입니다.

여우 요괴와 김 생원의 이야기는 어딘가 생경합니다. 흔히 사람을 홀리는 여우는 백여우로 묘사되지만, 여우 요괴는 밤처럼 까만 털을 가지고 있어요. 자신을 사람이라고 속이는 구미호나, 결국엔 둘만의 신의를 저버리고 마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대놓고 네놈 간을 빼 먹겠다며 호기롭게 나타나는 여우 요괴와 신의를 저버리기는커녕 눈감는 날까지 한마음으로 여우 요괴 옆을 지키는 김 생원이 등장하지요.

정진호 작가의 낯설게 하기는 이야기에서만 끝나지 않아요. 표현 기법 역시 흔히 전래 동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판에 박힌 먹그림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붉은색을 전면에 드러내고, 단순하고 간결한 선에 그래픽 디자인을 결합했습니다. 현대적인 이미지에 판소리를 연상케 하는 글의 조화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랑이렷다

호랑이고 귀신이고 나발이고, 여우 요괴만 봤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줄행랑치기 바쁩니다. 여우 요괴는 나도 너에게 기대한 것 하나 없었다는 듯 가차 없이 배를 갈라 간을 꺼내 먹지요. 여우 요괴에게 타자란 그저 배를 불리고, 소원을 이루게 할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 여우 요괴 앞에 김 생원이 등장했습니다. 집채만 한 간을 가진 김 생원은 여우 요괴를 봐도 도망치거나 혼비백산하지 않습니다. 그 덕에 늘 도망치는 뒤꽁무니만 봐 오던 여우 요괴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지요.

눈은 감정의 거울이고, 눈 맞춤은 관계의 시작이라고 했던가요, 김 생원이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하는 말에 여우 요괴는 이상하게 다 따르게 됩니다. 냅다 자기 손을 붙잡고 혼인하자고 외치는 얼빠지는 말에도 말이지요. 어쩌면 김 생원은 여우 요괴의 빨간 눈동자 속에서 외로움을 보았을지 모릅니다. 눈 맞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우 요괴의 마음속에 김 생원의 자리도 커져만 갑니다. 김 생원 역시 두려움에 가슴 뛰지는 않아도, 설렘으로 가슴 뛰는 날들을 함께 보내지요. 그렇게 쉰 해가 지난 어느 날, 세상 무서울 게 없던 여우 요괴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건 따듯한 봄바람이고,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해님이듯, 폭력과 혐오가 넘실대는 세상에서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건 사랑일 겁니다. 잔인하기만 했던 여우 요괴를 바꾼 건, 요괴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아닌 김 생원의 가만한 눈 맞춤이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강한 것도,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여린 것도 바로 사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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