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해외서 더 주목받는 한국 그림책…작품으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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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더 주목받는 한국 그림책…작품으로 봐 주세요"
(베이징=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국내 그림책 시장이 너무 침체해 있어서 해외에서 상을 받은 작가들에게도 열매가 돌아오지 않아요. 아직도 그림책을 아이들 학습 교재로만 생각하는 경향도 있죠. 독자들이 그림책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예술 장르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27일(현지시간) 개막 이틀째를 맞은 중국 베이징국제도서전에서 만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한국지부 KBBY 회장 김서정(56)씨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그림책이 정작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KBBY는 이번 도서전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그림책 49종'을 주제로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등 해외 대회에서 주목받은 한국 그림책 49권을 전시했다. 도서전 이틀째인 이날도 전시 코너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한국 그림책이 예술 작품으로서 가치가 높다 보니 중국 각 대학 출판부와 박물관 출판부가 특히 관심이 많아요. 상업 출판사는 한 작가 작품을 시리즈로 낼 수 있는지 문의를 하고요. 일반 독자는 글 없는 그림책을 재미있어합니다."
한국 그림책은 미국·유럽과 비교하면 출발은 수십년 늦었지만, 올해 아동도서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전부문 수상작이 나올 정도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김씨는 동양적 아름다움과 서양의 그림 기법을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내용 면에서 실험적인 도전도 많이 하는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올해 라가치상을 받은 '담'(지경애)과 '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오현경)는 유럽사람에게 잘 없는 새로운 것이라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조은영의 '달려 토토'는 경마를 주제로 해 국내 출판사에서 꺼렸지만 해외에서 먼저 그 실험정신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낮은 수입과 지원 때문에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8년부터 활동한 동화 작가이면서 아동문학 번역가이자 평론가인 김씨는 요즘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모임인 한국그림책협의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신인 작가들은 '1쇄 작가'라고 할 정도로 작품도 안 팔리는 데다 책을 1천∼1천500부 찍으면 받는 인세가 100만원 정도다. 작품활동이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도저히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힘을 모아서 우리의 상황과 필요한 지원을 알리면서 그림책이 예술 장르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국내에서 아동문학과 그림책을 진지한 연구 분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대학에 아동문학과(科), 그림책 학과가 생겨나고 그곳에 소속된 사람들이 연구논문을 쓰지 않으면 이 분야가 계속해서 불안한 토대 위에 서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어린이 책이 호황이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호황기를 지나면서 그림책 종사자로서 보람과 기쁨을 누렸다"며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림책이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종합 예술 장르라며 어느 문화권에나 쉽게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림책은 감성적이면서 무의식에 호소하는 그림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만난다는 자체로 다문화적인 성격이 있다"며 "연령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호소력이 있고 다른 문화권 작품도 시각적으로 금방 친숙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전파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hye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7 15: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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