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IBBY Honour List 한국 출품작 결과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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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IBBY Honour List 한국 출품작 결과 및 심사평
■ 어너리스트 심사위원회 (실행위원: 김지은)
▶ 심사위원
글 부문: 김중미(작가. 기 수상자). 유영진(평론가)
그림 부문: 이수지(작가. 기 수상자). 이지원(평론가. 기획자. 번역가)
번역 부문: 김경연(평론가. 번역가. 기 수상자). 김서정(평론가. 번역가. 작가. 기 수상자)
▶ 수상작과 작가
글 부문: 『푸른 사자 와니니』 (창비), 이현.
그림 부문: 『시골 쥐의 서울 구경』(길벗어린이), 김동성
번역 부문: 『아벨의 섬』,(『도미니크』,『진짜 도둑』(비룡소), 김영진
1.
1. 글 부문 : 이현 『푸른 사자 와니니』(창비)
l 작가 소개
이현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궁금한 거, 놀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하도 많아 하루에도 수백 번 엉덩이가 들썩이지만, 하고픈 이야기가 산더미라 별 수 없이 가만히 앉자 글을 쓴다. 작품으로는 단편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와 청소년 '우리들의 스캔들', 장편동화 '장수 만세', '로봇의 별' 등이 있다. 2004년 제13회 전태일문학상 소설부문에 단편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가 당선되었다.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부문 대상을 탔다. 그리고 제16회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섬을 찾아 이야기의 바다를 항해하며 와니니와 함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이어 가고 있다. 그동안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오늘의 날씨는』, 『로봇의 별』, 『악당의 무게』, 『푸른 사자 와니니』, 『플레이 볼』, 『일곱 개의 화살』, 『조막만 한 조막이』, 『내가 하고 싶은 일, 작가』, 『연동동의 비밀』,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등을 썼다. 제13회 전태일 문학상, 제10회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 대상,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 등을 받았고,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한국 후보에 올랐다.
l 작품 소개
『푸른 사자 와니니』
사자 와니니가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초원에서 도전과 모험을 펼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연작 장편동화로 현재 3권까지 출간되었다. 1권에서는 와니니의 어린 시절을 다룬다. 다른 사자보다 몸집도 작고 사냥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난 와니니가 초원의 생태계에 홀로 뛰어들면서 경험하는 실패와 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와니니가 만나는 수많은 동물들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드러내며 존재의 이유를 당당히 보여준다.
2권 ‘검은 땅의 주인’은 와니니와 친구들이 자신들만의 영토를 가지기 위해서 추위와 더위, 초원을 뒤덮는 큰 불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와니니 무리가 정착을 시도하고 그 경로를 이끌면서 와니니는 초원의 지도자로 성장해간다. 암사자 와니니의 결단력과 지혜를 통해 여성 리더의 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중요한 의미다. 대결은 존재하며, 화해할 수는 없지만, 서로 자신의 자리에 있어야하는 공존의 원리와 평등한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 말한다. 이어지는 3권은 와니니와 친구들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랑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 소중함을 깨닫고 관계에 대한 섬세한 고민을 겪으면서 그들은 성큼 자라난다.
어린이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시리즈는 푸른 사자 와니니의 성장과 함께 다음 여정을 향해 가고 있다.
l 선정 경위와 선정평
심사위원 작가 김중미, 평론가 유영진은 kbby 어너리스트 실행위원과 함께 코로나 방역 4단계 지침에 따라 비대면으로 2021년도 ibby honor list 선정 심사를 진행했다. 먼저 유영진 평론가는 권오삼의 『너도 나도 엄지척』, 김남중 『나는 바람이다 11』, 김리리의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2,3』을 최근 2년 동안 출간된 작품 중 가장 돋보인 작품으로 꼽았다.기 수상자인 김중미 작가는 김남중 『나는 바람이다 11』,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2,3』 ,최상희의 『마령의 세계』를 추천했다. 두 심사위원은 이 후보작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권오삼의 『너도 나도 엄지척』은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귀한 동시 장르를 통해 거둔 뛰어난 서정성의 결과물이라는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ibby honor list는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장으로 해외에 이 작품과 작가를 알리기 위한 실질적인 여건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동시라는 서정적인 장르의 번역과 소개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이 작품을 선정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판단되어 먼저 제외했다. 따라서 김남중의 『나는 바람이다』와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김리리의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을 비교하며 검토하였다.
김남중의 『나는 바람이다』는 2013년에 시작되어 2019년에 총 11권으로 완간된 시리즈이다. 우리 아동문학상에서 드물게 긴 호흡으로 쓰인 해양어린이소설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년 간 출간된 작품에 수여되는 어너리스트의 특성을 고려해야 했다. 이 작품이 이룬 성취와는 별개로 당대성이라는 면에서 다른 후보 작품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
김리리의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은 『만복이네 떡집』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쓰인 작품이다. 저학년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쓴 작품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돋보인 점이 있었다. 이 떡집 시리즈는 『푸른 사자 와니니』에 비해 우리 문화의 특수성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고, 어너리스트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는 서사의 규모가 작은 작품이다. 이 작가의 성취를 반영하는 또다른 작품이 앞으로 쓰일 것을 기대하며 내려놓게 되었다.
최상희의 『마령의 세계』와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를 두고 최종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마령의 세계』는 우리 청소년소설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최상희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푸른 사자 와니니』는 김리리의 떡집 시리즈와 함께 2021년 우리 어린이들의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ibby honor list는 최근 2년 간 출간된 작품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선정하는 것이라는 기준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마령의 세계』는 최상희의 정교한 문장과 그만의 탁월한 서사 구축 방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보았다. 이 작품도 한국아동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해외에 소개되기를 바라는 예술적 성취임에 분명하지만 2022년의 어너리스트에서는 『푸른 사자 와니니』가 세계 독자를 향해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오늘을 보여주는 일에 있어서 더욱 보편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1세계 아동문학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는,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한 동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외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며 서사의 매력을 널리 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논의 끝에 별 이견 없이 『푸른 사자 와니니』를 2021년도 ibby honor list로 선정했다. 이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동물 생태를 정확히 살려 그려내고 있으며 박진감 있는 서사와 정교한 인물 묘사를 통해 한국 문학의 밀도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과 애정이 이 작품이 선정되는 데 있어 가장 큰 동기가 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2. 그림 부문 : 김동성 『시골 쥐의 서울 구경』(길벗어린이)
l 작가 소개
김동성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림책 『메아리』에 그림을 그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림책 『엄마 마중』으로 2004년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메아리』, 『나이팅게일』, 『들꽃 아이』, 『고구려를 세운 영웅, 주몽』, 『견우와 직녀』, 『책보』, 『고향의 봄』, 『오빠 생각』, 『시골 쥐의 서울 구경』, 『꽃밥』, 『소꿉놀이가 끝나면』 등의 그림책을 발표했다. 『비나리 달이네 집』, 『책과 노니는 집』 등 다수의 동화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 그림책, 광고, 카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l 작품 소개
『시골 쥐의 서울 구경』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방정환의 동화를 원작으로 김동성 작가가 그린 그림책이다. 이솝 우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192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창작한 이 동화는 1926년 10월 《어린이》지에 실렸다. 짐차를 두 세 번이나 갈아타면서 올라온 시골 쥐는 우연히 만난 서울 쥐를 따라 새빨간 칠을 한 양옥집에서 머물며 서울 구경을 한다. 알고 보면 여기는 경성우편국이 관리하는 어느 우체통이다. 독자는 시골 쥐를 따라서 가깝지만 아득한 서울의 풍경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지하철 대신 전차를 타고 1톤 트럭 대신 소달구지를 몰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요즘과 비슷하다. 방정환의 구수하고 풍자적 서사가 김동성 작가의 섬세한 재현으로 실물처럼 펼쳐진다.
김동성 작가는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백 년 전 작품을 새롭게 읽게 만든다. 한강철교 아래를 나룻배로 건너던 빨간 강보의 아기를 서울 식당 근처 51호 전차에서 다시 만난다든가 대한문 앞 세창 양복점에서 임시정부의 요원이었던 신의주 세창 양복점의 주인 이세창 독립운동가를 떠올린다든가 하는 것은 이 작품이 그림책을 통해,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얻게 된 각별한 재미다. 그림책 장면 중에 시골 쥐와 서울 쥐 캐릭터가 둘 다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서 독자는 두 마리 쥐의 눈으로 서울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낀다. 작가는 1928년 숭례문 사진에 나오는 석등까지 복원한다. 하지만 어른 아이 손잡고 드나들던 그림 속 숭례문이 2008년에 불타버려 이제 독자는 그 문을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것도 가슴 아픈 진실도 깨닫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100년을 가로질러 이루어진 두 작가의 빛나는 협업이며 문학과 그림의 사라지지 않는 힘을 느끼게 한다.
l 선정평
심사위원회는 코로나 4단계 방역지침에 따라 비대면으로 열렸다. 심사위원은 그림책 기획자 이지원, 그림책 작가 이수지 2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어너리스트 실행위원회가 배석하여 진행을 도왔다. 그동안 이루어진 어너리스트 수상작과 선정과정을 검토하고 최근 그림책 동향과 작품의 흐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몇 사람의 후보 작가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의견은 곧 한 권의 그림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모였다. 그동안 진행된 각국의 어너리스트 명단을 보면 그 나라 그림책 문화의 흐름을 대표할 수 있으면서, 현재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작가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김동성 작가의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어너리스트에 추천하기에 가장 적절한 작품이라고 논의되었다. 그는 근현대 한국문학의 중요한 작품을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재해석, 재조명하면서 작품의 예술적 의의를 부각시켜온 작가다. 한국의 그림책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작가이면서 흔들림 없는 자신만의 화풍을 발전시키는 가운데 탁월한 미감을 지닌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중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시기적으로나 작품의 완성도에서나 2022년의 한국 그림책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1920년대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선언을 쓰고 제안한 인권운동가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방정환이 쓴 작품이다. 이 글을 김동성 작가가 뛰어난 고증과 예술적 재현이 담긴 그림책으로 창작하여 100년 뒤를 살고 있는 지금의 어린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지금의 어린이 독자들이 마치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생생한 리얼리즘의 화풍을 통해 풍부한 감동과 함께 이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김동성 작가의 부단한 예술적 작업 덕분이다.
김동성 작가는 요즘 그림책 작업에서 보기 힘든 그림만이 가지는 특징과 매력을 작품 안에 가장 잘 살리는 작가다. 화면에 하이라이트를 둔다든가 시선을 움직인다든가 색의 어울림을 만들어낸다든가 하는 부분에서 다른 작가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놀라운 섬세함과 예술적 기품을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 오히려 독특한 화풍이 되어 버린, 고전적이면서도 기본에 가까운 자신만의 그림책 세계를 꾸준히 펼쳐가는 작가라는 점에서도 한국 그림책의 한 세대를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작가다. 특히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그림책이 가능하면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기술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림책의 정석을 지키면서 그림책이란 무엇인가,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그림책 본래의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엄마 마중』을 비롯해 고전과 근현대 문학 텍스트를 재해석하면서 현재 진행형으로 새로운 작업을 계속 펼쳐 나가고 있는 김동성의 작업은 세계에 한국 그림책을 알리는 역할도 담당해왔다. 그는 상상마당에서 볼로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학교 바깥의 교육기관에서 수많은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길러내 온 작가이기도 하다. 아마도 훗날 한국 그림책의 역사에서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성장을 기록한다면 김동성 작가의 헌신과 기여가 기록될 것이라고 본다.
3. 번역 부문 : 김영진 『도미니크』, 『아벨의 섬』, 『진짜 도둑』(비룡소)
l 작가 소개
김영진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영-독, 한-독 번역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독일 자브뤼켄 대학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본 대학에서 오랫동안 한국어 강사로 일했으며, 지금은 뒤스부르크 에센 대학교, 뒤셀도르프 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오즈의 마법사』, 『하이디』, 『꿀벌 마야의 모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무지개 물고기와 특별한 친구』, 『마술사의 코끼리』, 『세상에서 가장 힘센 소녀 삐삐』, 『내 인생 첫 캠프』, 『아델레』,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정어리 같은 내 인생』, 『마술사의 코끼리』,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열네 살의 여름』, 『불꽃머리 프리데리케』등 수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l 작품 소개
『도미니크』, 『아벨의 섬』, 『진짜 도둑』(비룡소, 2020)
김영진 번역가가 옮긴 세 권의 동화는 국내에서 그림책의 거장으로 더 많이 사랑받아온 윌리엄 스타이그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명작이며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작품이다. 1972년작인 『도미니크』와 1976년작인 『아벨의 섬』, 1973년작인 『진짜 도둑』은 우화의 형식을 통해 어린이의 모험과 세계를 향한 호기심, 끊임없는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 작품 모두 어린이가 생각하는 실존적 자유와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함의가 풍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세 권의 동화에서는 카툰의 왕으로 불렸던 윌리엄 스타이그의 개성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압권일 뿐 아니라 작가의 아버지가 모델이었다고 알려진 개 도미니크를 비롯해 생쥐 아벨, 거위 가윈의 캐릭터는 이 작품들 전후로 발표된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에 담긴 세계관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그동안 세 작품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2001년에 송영인의 번역으로 『아벨의 섬』이, 2002년 홍연미의 번역으로 『진짜 도둑』이, 2003년 서애경의 번역으로 『도미니크』가 소개된 바 있다.
이 세 권의 걸작은 2020년 김영진 번역가의 새로운 번역을 통해서 각 작품의 미적, 문학적 결과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시 출간되어 독자를 만나고 있다.
l 선정평
심사위원회는 번역 부문 어너리스트의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해서 우선 번역가의 활동과 번역된 작품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 기간 번역가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을 때 독일어권, 영어권의 아동청소년문학 주요 작품을 우리나라에 꾸준히 소개해 온 김영진 번역가, 우리 독자에게는 생소했던 폴란드어권의 그림책과 아동문학 작품을 소개해 온 이지원 번역가, 일어권과 영어권 그림책의 다양한 작품을 알리며 어린이 독자와 책이 거리를 좁혀온 엄혜숙 번역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등의 평전을 번역한 이명아 번역가, 이렇게 네 번역가의 업적을 논의했다. 2022년 어너리스트 선정 기간 내에 번역된 주요 작품으로는 이진 번역가가 옮긴 윌 힐의 『신이 죽은 뒤에』, 이원경 번역가가 옮긴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안녕 우주』 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국내의 척박한 번역 환경에서 번역의 미학을 견지하며 낯선 작품을 우리 언어로 옮기는 번역가들의 노고에 대해 어너리스트가 작은 경의의 표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런 점에서 차오 원 쉬엔의 작품을 비롯해 중국어권 문학을 꾸준히 알려온 전수정 번역가의 기여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쉽게도 선정 대상 기간 안에 번역된 주요 작품이 없어 논의에서 내려놓게 되었다.
심사위원회는 2022년 어너리스트 번역부문에 김영진 번역가를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영진 번역가는 독일어권을 비롯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 수상작인 휘스 카위어의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등의 작품을 탁월하게 번역했다. 특히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문학성이 높은 아동청소년문학에서 수백 권의 주요 작품을 오랜 기간 꾸준히 번역해 소개해왔다. 번역의 성취가 해당 문학 작품에 대한 재조명을 가져왔을 정도로 그의 번역은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었다. 특히 여러 곳에서 흩어져 출간되어 독자들의 주목에서 멀어져 있었던 윌리엄 스타이그의 3부작을 하나의 흐름과 결로 다시 번역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중요한 번역가로서의 공헌이라고 할 것이다. 유머와 풍자가 깃든 작품을 옮기는 일은 특히 어려운 부분인데 김영진 번역가는 윌리엄 스타이그 3부작과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그래픽노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소녀 삐삐』 등의 작품에서 다른 문화권에서 건너온 유머를 자연스럽게 옮기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해냈다. 이러한 기여를 높이 평가하여 김영진 번역가를 어너리스트 수상자로 추천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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