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벼리 회원) 순천 팸투어를 다녀와서
본문
아름다운 도시, 순천 그림책 도서관 팸투어를 다녀와서.
강벼리/동화작가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왔던 순천이란 도시, 그곳에 그림책 도서관이 있다는 건 귀동냥으로 들은 정도였다. 이번 팸투어를 주최한 순천 그림책 도서관은 그림책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여러 작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그림책 도서관의 프로그램 견학 및 순천의 아름다운 관광지 견학을 통해 순천시를 널리 홍보하며 여러 작가들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주고자하는 취지였다.
순천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림책 도서관 담당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투어버스를 타고 몸을 실은 채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였다. 여러 작가들과 출판관계자들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와 함께 같이 참석한 동화작가 말고, 유일하게 아는 반가운 분이 있었다. 바로 KBBY협회 전 회장님였던 김서정 선생님도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참석한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는 분을 만나는 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림책 도서관은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처럼 아름답고 예뻤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공간이 넓고, 여러 종류의 그림책도 많았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엄마’란 인형극이었다. 인형극을 보면서 신나게 웃고 박수치며 나도 모르게 7살짜리 아이로 돌아가 있었다. 오랜 세월 잃어버렸던 동심 한 조각을 찾은 것만 같았다.
팸투어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소개하는 시간에 이어 순천시 도서연구회 및 여러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평소 궁금한 작가들에게 개인적인 질문들을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바쁜 시간에도 그림책 도서관 행사에 참석해준 순천 시민들의 열의가 느껴지는 소중한 자리였다.
나옥현 관장님의 열정 넘치는 스케줄 덕분에 우리 모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저녁식사 후 곧바로 ‘국가 정원’에 가서 순천의 아름다운 밤의 정취를 흠뻑 만끽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순천에 있는 소문난 관광지 투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3대 읍성 중에 하나인 낙안읍성에 가서 옛 선조들의 삶과 정취를 느꼈고, 새해 정초에 등산하면 대박이 난다는 금전산을 쳐다보며 ‘명당 터’로 지정된 곳에서 사진을 찍는 행운(?)도 누렸다.
또한 순천만 습지는 정말 인상 깊었다. 따가운 가을볕과 함께 갈대숲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을 재미나게 들으며 순천만을 날아올랐던 이무기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용이 한 마리가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라서 ‘용산’이라고 부른다는 낮은 야산 꼭대기에 용산전망대가 있었다. 숨을 헉헉거리며 정상에 도착한 나는 용산전망대 위에서 순천만을 내려다봤다.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던 이무기가 순천만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탄성을 내지르다 여의주를 떨어뜨렸을까. 아름다운 그 풍경을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간직해 두고 싶었다. 이 아름다운 영감을 다음에 그림책 글로 꼭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빌어보았다.
처음 만난 여러 작가 및 출판 관계자들과 이틀 동안의 여정을 보내고 나니까 한결 친밀감이 느껴졌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게 소중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번 팸투어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만나지 못할 분들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소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KTX에 몸을 실었다. 마지막 일정까지 살뜰히 챙겨주신 나옥현 관장님과 여러 담당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