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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BY회원소식|신간]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 권윤덕 | 돌베개

작성자 KBBY사무국
작성일 2020-06-22 12:16 | 조회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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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저자 | 권윤덕
출판사 | 돌베개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만희네 집』『꽃할머니의 권윤덕 첫 에세이 출간!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국 최초 후보(2016, 2017), 제1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 수상, 그림책 작가들의 작가……. 모두 권윤덕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권윤덕은 1995년 오래된 집의 곳곳을 담아낸 『만희네 집』을 시작으로,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 광주 5·18 등의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하고 기법을 거듭 변화시키며 그림책을 발표해왔다. 척박했던 국내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고, 국내외의 적지 않은 독자와 수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늘 인색한 편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짓는 작업만을 고집하며, 25년간 내놓은 그림책은 열 권. 누군가는 과작이라고 평가할 책들에는 나와 세상을 향해 질문을 품고 풀어가는 특유의 시선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각 권마다 아로새겨져 있어 작가의 일상과 작업 과정에 궁금증을 품게 한다. 『나의 작은 화판』은 그림책과 함께 살아온 권윤덕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담은 책으로, 여느 장르와 달리 그림책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림책이라는 예술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권윤덕을 꾸준히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감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25년, 열 권의 그림책과 함께한 한 여성의 성장기

 『나의 작은 화판』은 오직 ‘그림’ 하나만을 붙잡은 채 젊은 날을 방황하던 한 여성이 30대 중반, 우연히 ‘그림책’을 만났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팔자가 세진다”(17쪽)는 아버지의 반대로 원치 않은 학과에 입학했고, 뒤늦게 들어간 미술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변변치 않은 실력 앞에 스스로 절망했다. 미술운동에서 디자인으로 그림 주변을 맴돌다가, 시부모님 댁에 얹혀살던 시절과 그림책 작가였던 지인과의 인연이 맞물리며 “오래 바라보아도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을 하나하나 보이는 대로 그”(37쪽)려 완성한 책이『만희네 집』이었다. 한순간에 작가가 되었고,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경험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다”(34쪽), “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다”(66쪽)는 자괴감과 갈증이 부풀어 올라 1998년 3월에는 아이를 떼어 두고 북경에 1년간 그림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날로 욕심이 생기는 그림책 작업은 꽁꽁 숨겼던 어린 나를 의도치 않게 만나게 했다. 여자아이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그릴 때(2장), 물질하는 제주 해녀들의 고단함과 강인함을 취재할 때(4장), 길고양이 ‘진주’와 함께 사는 동안 진주가 제 몸을 부풀리며 자신을 지켜내는 모습을 볼 때(5장), 고(故) 심달연 할머니의 삶을 바탕으로 국가 권력과 ‘위안부’를 재현하는 과정에서(7장) 권윤덕은 숨기고만 싶었던 성폭력이 자신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경험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이 불러일으킨 슬픔, 분노, 허무를 다시 그림책 속에서 겪다 보니 용기도 생기고 뜻하지 않은 기회도 다가왔다. 아니,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그림책 세계에 머물며 나를 더 똑똑히 마주하고 버텨냈다. 

  작은 점을 겨우 찍던 ‘나’가 조금씩 큰 원을 그리며 ‘광장’ 앞에 서게 된 증거는 바로 권윤덕 자신의 그림책들이다. 열 권의 그림책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인연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일렬로 세우고 보면 결국 세계를 확장해가는 한 여성의 성장 서사로 읽힌다. 그러니 열 권에 얽힌 시간을 담은 이 책의 주인공은 그 낱낱의 과정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책에 새로운 그림이나 마침표를 찍은 그림 대신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날것의 그림을 실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권윤덕의 그림책을 접해왔던 독자와 동료 작가 들은 이번 책에서 그의 낯선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흔들리고 고민하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결국은 다시 화판 앞에 앉고야 말았던, 30여 년을 그림과 함께한 여성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닫아걸었던 내 마음을 조금은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한 슬픔이 담담한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으로 위로와 기쁨을 경험해본 당신을 위한 이야기

  이제 그림책의 독자는 비단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나이 불문, 언제나, 그림책은 우리 모두의 책이 될 수 있다. 독자의 확장성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그림책이 지닌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글과 어우러진 그림을 한 점씩 감상하고, 스스로 다음 장을 넘기며, 장면을 상상하는 찰나의 순간이 가져다주는 벅찬 기쁨. 거기에 외면해왔던 소중한 가치들, 잊고 있던 어린 시절과의 조우가 더해지면 그림책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워진다. 같은 주제라도 ‘그림책’일 때 마음에 동요가 생기는 것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나의 작은 화판』은 저자가 그림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백하며, 그림책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위로와 기쁨을 나눠 보려는 책이다. 권윤덕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던 초창기(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는 국내 창작 그림책이 등장하고 전성기를 보내던 시기와 겹치는데, 당시만 해도 “그림책도 동화책이라 불리던 시절”(60쪽)이었는데다 그림책에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른들에게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상황”(60쪽)이었다. 물론 그림책 시장의 활황과 서점, 단체 등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독자들의 반응은 쉼 없이 찾아왔지만 그럴수록 근본적인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이 무엇인지, 글과 그림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국어 특유의 의성어·의태어와 어린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만나 캐릭터 ‘글자벌레와 글자부스레기벌레’를 만들었지만 “이게 책이냐”, “그림이 아니라 낙서 같은데”(78~79쪽)라는 반응으로 돌아온 적도 있고, 그림보다 글이 많은 제법 두꺼운 ‘그림책 아닌 그림책’(257쪽)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동시에 그림책의 형식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우리네 슬픈 역사를 소재로 삼을 때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안과 밖과 같은 이분법이나 가장 부정적인 감정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그 모든 것 너머로 나아가야 볼 만한 그림책이 될 뿐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기도 했다. 특히 일본의 제안으로 한중일의 작가들이 공동 출판하기로 했던 ‘평화 그림책’ 시리즈에서 권윤덕은 ‘위안부’를 주제로 택해 『꽃할머니』를 발표했으나, 약속과 달리 일본어판 출간은 13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증언의 사실 여부부터 표현 방식, 주제 선택까지 일일이 문제 삼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국경을 넘어 “지지와 격려, 공감과 눈물”(230쪽)을 나눠준 작가, 독자, 활동가 들도 있어, 그림책이 시대를 허물고 동아시아를 잇는 평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권윤덕이 펼쳐 놓은 모든 과정을 아울러 ‘막막한 슬픔을 지나 담담한 아름다움에 이르는 예술의 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화판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나요? 

삐뚤고 서툰 선들로 가득한 나의 삶을 끌어안으며  

  권윤덕이 세상 앞에 단단히 서는 데 의지했던 건 ‘작고 하얀 화판’이었다. 그렇다면 작곡가의 ‘악보’, 글작가의 ‘빈 노트’, 편집자의 ‘책’ 역시 화판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화판을 가지고 태어나 그 안에 꿈과 희망, 슬픔과 좌절을 그려가며 살아간다. 권윤덕은 화판에 담긴 그림은 저마다 다르고 대부분이 삐뚤고 서툰 선들로 채워지겠지만 거기서 실마리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림 그리기는 매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300쪽), “나는 지금도 매번 헤매고, 좌절하고, 세우고, 허물기를 혼란스럽게 반복하고 있다”(264쪽)고 밝히듯 자신이야말로 휘청거리다가 일어서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을 만들며 실험했던 각종 그림 재료들과 그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들을 고스란히 책에 공개한 것도 누군가 비슷한 어려움에 놓였을 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권윤덕은『나의 작은 화판』을 준비하는 내내 이 책이 크게 성공한 작가의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창작론을 정리해 담고 있지 않음에 부끄러워했다.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화판에서 그림을 떼 내서 보낸 적이 없다는 말도 여러 번 남겼다.

  아마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화판 앞에서 붓을 휘젓거나, 취재를 위해 고속버스에 오르거나, 어린이들을 만나러 낯선 도시에 머물거나, 책과 논문에 밑줄을 그으며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과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만들고 싶은 그림책이 많기에,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자신을 끌어안고 계속 걸어갈 길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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