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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문학교류단 영국 참관기

작성자 KBBY사무국장
작성일 2013-12-11 14:07 | 조회 2,9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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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1월 9일부터 17일까지 8박 9일간 진행되었던 한-영 문학교류단 영국참관기를 올립니다. 한-영 문학교류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국문화원이 주관하였고, KBBY에서는 김서정 회장이 참가하였습니다. 아래의 참관기는 김서정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아동문학의 경계를 넘어서

 

김 서 정

 

영국의 아동문학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우리는 세계 아동문학사가 영국의 로빈슨 크루소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배운다. 그리고 수많은 영국 동화들의 세례를 받는다. 위니 더 푸우나 피터 래빗 같은 캐릭터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친숙하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이르는 하이 판타지의 문법은 판타지를 쓰고 싶어 하는 한국의 동화작가들에게 거의 하나의 규범으로 작용한다. 그뿐인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작가는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 모두 영국 작가들이다. 그들의 방한이나 원화 전시회는 한국에서 떠들썩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의 거의 모든 책은 한국에서 출간되어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영국의 아동문학은 내게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가 깊다. 나를 동화작가로 만든 것이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과 엘리노어 퍼전Eleanor Farjeon이기 때문이다. 필리파 피어스Eleanor Farjeon, 앤 파인Anne Fine, 마이클 모퍼고Michael Morpurgo, 데이비드 알몬드David Almond도 내가 따르고 싶은 작가들이다. 영국의 아동문학에는 특별한 깊이와 힘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영국 여행에서 나의 목표는 그 깊이와 힘의 원천을 감지하는 것이었다. 짧은 일정 동안 너무 많은 곳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스케줄이 아동문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를 애초부터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확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영국의 문단이 (한국과 다르게) 어른문학과 아동문학을 굳이 따로 떼어놓지 않는 데에 감동했다. 그 사실은 노르위치Norwich의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UEA에 갔을 때 확인한 것이었다. 문학, 연극 문예창작학부School of Literature, Drama and Creative Writing에서는 학생들 교육 못지않게 지역사회 아이들과의 연대에도 힘쓰고 있었다.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동문 작가들이 지역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 그 중 하나였다. 성적이 부진하거나 환경이 어려워 대학에 못 가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참여한 학생 99%가 즐거움을 위해 글쓰기를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77%가 전국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향상되었고요.”

필립 랑게스코브Philip Langeskov박사의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에 젊은이를 위한 문학 페스티벌Festival of Literature for Young People’로 확대되었다. 11에서 17세 사이의 학생들을 모아 나흘 동안 UEA에서 워크숍, 낭송, 독서,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지역 50개 학교에서 사서와 교사를 포함한 1,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였고 70%이상의 학생들이 독서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나는 어떤 작가들이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 궁금했다. 한국 같으면 동화작가, 혹은 청소년소설작가로 분류되는 작가들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랑게스코브 박사는 그런 문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듯 놀라는 얼굴이었다.

그런 분류 없이, 모든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동화작가도 있고 소설가도 있습니다.”

어른문학과 아동문학의 경계 없음은 도서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독서연맹The Reading Agency은 어린이를 위한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들의 주 활동무대는 도서관인데 아동도서 사서가 따로 있지 않다. 모든 사서들이 모든 책에 대해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 책과 어린이 책을 나누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긴다. 서고의 위쪽 칸에는 어른 책이, 아래쪽에는 어린이 책이 꽂혀 있어서 어른과 어린이가 한 주제에 대한 책을 함께 꺼내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도서관 기능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다릅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생기고, 지역마다 소규모의 어린이도서관이 드물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참고해야 할 미래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읽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어린이도서관이 많이 생기는 것을 마냥 환영만 할 수는 없다는 어느 어린이도서관 관장의 말이 떠오른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책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북 트러스트Book Trust는 그런 목표를 향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단체이다. 에든버러에서 방문한 스코틀랜드 북 트러스트는 모든 연령의 읽기와 쓰기 능력 개발을 장려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 개발, 다양한 문학 이벤트 열기같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스코틀랜드 아동 도서 상Scottish Children's Book Award이 그 중 하나다. 0-6, 6-12, 12-18세의 세 카테고리에서 45,000명의 투표를 받아 수상 도서를 결정한다. 일종의 인기투표지만, 독서환경에 축제 같은 흥을 불어넣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 작가 상Young Writer Award은 말 그대로 어린 작가들의 백일장이다. 여기서 뽑힌 세 명의 어린 작가에게는 9개월 동안 어른 작가가 멘토가 되어 글쓰기를 지도한다. 스코틀랜드의 다정한 어린이책 여행Scottish Friendly Children's Book Tour은 작가들이 스코틀랜드 안의 학교들을 순방하는 고정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보물’, ‘여행같은 테마를 하나씩 주어 어른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짧게 써서 보내게 하고 꽤 여러 편을 선정하는 행사도 흥미롭다. 선정된 이야기들은 작고 가벼운 책으로 묶여 나오는데, 어른들을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인 듯하다.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과 관련된 주제로 쓴 글을 이렇게 다수 선정해서 책으로 낸다면 그 지역 커뮤니티의 화합과 독서 활성화를 자극하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버밍엄 문학축제Birmingham Literature Festival도 어른을 위한 행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8세에서 16세의 어린이를 위한 창작 워크숍이 250가지나 된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전문 작가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창작 능력을 키워준다. 축제 위원회에서는 그런 멘토 작가를 20명 확보하고 학교에서 요청하면 언제든 지원한다. ‘작가를 학교 교실로!’가 이 축제의 모토 중 하나이다.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잡지도 축제 위원회의 후원으로 3달에 한 번씩 발간되고 있다.

버밍엄 문학축제의 실행위원장Chief Executive인 조나단 데비드슨Jonathan Davidson은 온화한 얼굴로 친절하게 그 축제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창작산업Writing Industry이라는 용어였다. 그 말의 정의는 무엇인가? 언제부터 그런 용어가 쓰였나? 나의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표정이었다.

그 용어는 약 15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작가란 개인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큰 시장에서는 약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직(에이전시라든지 출판사라든지 페스티벌 등을 말하는 것 같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신의 작업이 상업이나 교육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다루는 분야가 창작산업이다.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충분한 설명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새로운 자극을 주는 말이었다. 이제 글 쓰는 일은 더 이상 골방 안에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산업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작가를 양성하고, 독자를 개발하고, 책과 관련된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들이 파트너십을 만들고, 새로운 창작 방식을 개발하고, 책과 다른 분야의 예술 이를테면 음악과 미술과 연극과 무용 들이 협력하고 하는 일이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는 공장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새로운 모던 타임즈를 보는 듯하다. 이 창작산업이라는 개념이 미래의 문화 현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데이비슨의 말처럼 그것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영국의 아동문학에 대해서 가졌던 의문을 푸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했다. 영국의 아동문학이 특별한 깊이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어떤 큰 구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루이스 캐럴 같은 옥스포드의 수학교수가 동화를 썼고, 조지 맥도널드나 C. S. 루이스 같은 세계적인 기독교 사상가도 동화를 썼고, 이언 맥큐언 같은 유명한 소설가도 동화를 썼다. 그것은 아이들 문학에만 힘을 준 것이 아니라 어른들 문학이나 종교적 글에도 힘을 보탰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아동문학은 좀 더 아동문학 밖으로 나가 다른 문학, 다른 예술과 어울려야 하지 않을까. 다른 문학, 다른 예술은 아동문학 안으로 섞여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나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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